아이폰 아니면 초록색 말풍선 ‘차별’… 사면초가 애플, 국내서도 신고 당해

아이폰 아니면 초록색 말풍선 ‘차별’… 사면초가 애플, 국내서도 신고 당해

“아이메시지가 타 기기 차별한다”

방통위에 ‘독점 남용’ 개선 요구

입력 2024.03.29. 03:00업데이트 2024.03.29. 07:10

애플이 ‘폐쇄적 생태계’ 때문에 미국 법무부와 소비자에게 소송을 당한 가운데, 한국에서도 시민단체로부터 같은 이유로 고발당한 것으로 확인했다. 경쟁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와 호환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폐쇄적 생태계 때문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애플이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테크래시(techlash)’의 대상이 된 것이다. 테크래시는 ‘기술(technology)’과 ‘반발(backlash)’의 합성어로 빅테크가 시장에서 독점적이거나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하는 것에 정부나 소비자들이 반감을 갖는 현상을 의미한다.

벨기에 브뤼셀의 애플 로고. /연합뉴스

정부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한 시민단체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애플이 국내에서 독점적 시장 지위를 남용했다고 신고했다. 이 단체는 아이폰의 문자메시지 서비스인 ‘아이메시지’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같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 잘 호환되지 않고, 아이메시지를 이용해 소비자들이 아이폰만 쓰도록 유도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미국 법무부와 한국 시민단체가 애플에 제기한 쟁점의 공통점은 아이메시지였다. 아이폰 사용자들끼리 주고받는 아이메시지는 푸른색 말풍선으로 보이고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메시지는 아이폰에서 초록색 말풍선으로 보인다. 아이폰 사용자는 상대가 아이폰을 사용하는지,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지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초록색 말풍선 사용자(아이폰 이외 사용자)는 사회적으로 따돌림과 차별을 받는다”면서 “10대들이 아이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강력한 사회적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 특히 10대 소비자들이 아이메시지 때문에 다른 휴대폰은 못 쓰고 아이폰만을 쓰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국 시민단체도 아이메시지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를 차별한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방통위에 개선 요구를 했다.

한국 소비자와 기업이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이나 고발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은 지난해 3월부터 간편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한국에서 운영해왔지만 교통카드 사업자들과의 갈등 때문에 1년이 지나도록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교통카드 사업자는 티머니와 이동의 즐거움(이즐), 둘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아무 경쟁이나 설명 없이 티머니와의 계약을 추진하자 이즐이 애플을 공정위에 고발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사업자가 둘밖에 없는 교통카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애플이 애플페이에 티머니만 탑재할 경우, 경쟁사인 이즐이 입는 타격이 막대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즐은 “애플이 협상을 제안해 공정위 고발은 중단했지만, 반년 가까이 아무 진척이 없다”고 했다.

티머니도 교통카드 결제 수수료 때문에 애플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페이와 같은 경우엔 교통카드가 생활 밀착형 서비스라는 이유로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애플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규제의 타깃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뿐만 아니라 일본, 호주,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애플의 지배력을 완화할 수 있는 법안이나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제재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방통위가 애플이 자사 결제 시스템(인앱 결제)만 이용하도록 강제한 행위에 대해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애플은 “방통위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며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했다”고 맞섰다.

반면 이달부터 ‘빅테크 갑질 방지법’으로 알려진 디지털시장법(DMA)이 시행된 EU에서는 애플이 아이폰에 제3자 앱스토어 설치를 허용하고 애플 앱스토어의 결제 시스템을 통해 부과해온 수수료도 최대 30%에서 17%로 낮췄다. DMA는 전 세계 연간 총 매출액의 최대 10% 과징금을 부과한다. 반면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과징금은 국내 관련 사업 연 매출의 최대 2% 수준에 불과해,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