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즌스, 망고. / 아이폰 13 프로 인물 사진 고장

불안은 극복하는 것일까, 무시한 채로 냅두고 사는 걸까. 삶이 자꾸만 지루해질 때, 사람들은 어떻게 따분함을 견딜까.

인생을 그런대로 재밌게 살 수는 없는 걸까.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아이폰 13 프로는 느닷없이 인물사진 줌 3배 모드에서 밝기 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밝기 조절에 실패하는...상황.

늘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행복하려면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 W에게 말했지만,

지난 주말 W가 포시즌스로 데려가 망고 케이크와 망고 파르페를 사줬을 때

나는 고장난 아이폰 13 프로 카메라처럼 밝기 조절에 실패했다. 그대로 웃어버린 것.

"돈이 좋은 것 같기도,,,? 포시즌스에서 망고 케이크도 먹고 파르페도 먹으니까 참 행복하네."

그러나 W는 알까.

포시즌스 호텔 - 망고 파르페 & 망고 케이크

누군가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은, 참 투명하다는 사실을.

굳이 노력해서 들여다보지 않아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W는 내가 백수일 때, 언제나 나의 행복을 위해 여러 곳을 데려갔다.

사랑이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포시즌스는 우리가 우리끼리 약혼식을 올린 곳이었다.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약혼식을 객실에서 치르며, 우리는 참 많이 행복했다.

지난 주말

나는 맛있는 것을 먹었고, 좋은 곳에서 잠을 잤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세 가지를 다 한다는 것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포시즌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행복했을까?

달콤한 맛으로 어쩐지 행복이 지연되는 기분이라면,

조금 더 오래 살고 싶다고.

나는 긴 숟가락으로 파르페를 한 입 떠먹으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