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치 제거' 애플, 아이폰14 시리즈 공개… 16일 출시.. 사양 성능 모두 공개

지난해 공개된 애플 아이폰13 시리즈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주로 '전작과 차이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었다. 그럼에도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애플은 자존심에 금이 간 모양이다.

8일(한국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애플 이벤트에서 공개된 아이폰14 시리즈는 신형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정의할 새로운 변화가 다수 공개되며 눈길을 끌었다.

애플이 8일 공개한 아이폰14 기본형, 플러스 모델 디자인.

스마트폰으로 위성과 직통하는 시대 열렸다

전작에선 소문에 그쳤던 아이폰 위성통신 기능 탑재가 이번 시리즈에서 현실이 됐다. 애플은 기본형 모델인 아이폰14부터 '위성통신 긴급 구조 요청'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고도 수백 킬로미터 상공 우주에서 비행하는 인공위성 기반 통신은 지상 내 통신 기지국의 전파가 잘 닿지 않는 산간·오지에서 유용한 통신방식이다.

그러나 지상 대비 상대적으로 열악한 통신 속도와 연결성 때문에 대부분의 위성통신 단말기들은 스마트폰에 어울리지 않는 대형 안테나가 달려 있다.

애플은 "그런 모습은 아이폰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자체 제작 부품과 특수 소프트웨어를 적용, 아이폰14 시리즈에 내장된 안테나가 위성 고유 주파수에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몇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우선 휴대폰이 위성을 똑바로 향하고 있어야 한다. 작은 내장형 안테나로도 위성통신의 연결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성은 지상에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애플은 위성의 움직임에 따라 휴대폰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기능을 아이폰에 더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아이폰14 시리즈에 탑재된 위성통신 기능 시연 이미지. 좌측은 위성의 위치를 찾는 기능, 우측은 긴급구조 시 상황별 메시지를 선택할 수 있는 메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위성통신은 지상 내 통신만큼 대용량 데이터를 안정적이고 빠르게 송수신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이폰14 시리즈를 이용한 구조 요청은 용량이 평소보다 3분의 1로 압축된 단문 메시지 발신을 통해 이뤄진다.

애플에 따르면 하늘이 잘 보이는 곳에서 메시지 전송에 약 15초 정도가 걸릴 수 있다. 나무 아래 등 장애물이 있으면 전송에 수 분이 걸릴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응급상황 전문가들과 협업해 사용자들이 자주 할 질문들을 추리고, 일반적인 응답 예문을 제공해 터치 몇 번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전송된 구조 메시지는 응급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전해지며, 만약 음성전화만 접수되는 기관일 경우 별도의 중계센터에서 이를 수신해 응급 서비스 기관에 전화하는 형태로 구조 요청을 전달한다.

아이폰14의 위성통신 프로세스. 위성-기지국-중계센터-응급구조 기관 등으로 연결된다. (자료=애플 신제품 발표 영상 갈무리)

애플은 위성통신 긴급 구조 요청 서비스를 아이폰14 시리즈에서 2년 동안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쉽게도 국내 서비스 여부는 미지수다.

아이폰은 거의 전세계에 보급되고 있지만 오는 11월부터 새 위성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캐나다뿐이다.

이는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국내에 NFC 결제 단말기 인프라 부족으로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것처럼, 위성통신 역시 국가별 위성 연동, 긴급 구조기관과의 서비스 연계 등 최적화가 필요한 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교통사고 뺑소니 신고는 누가 해주나…바로 '아이폰'

아이폰14 시리즈에는 위성통신과 더불어 눈에 띄는 안전기능 하나가 추가됐다. '충돌감지'다. 아이폰14는 새로 추가된 HDR 자이로스코프(중력 기반 방향감지 센서)와 듀얼 코어 가속도계 센서를 통해 최대 256g의 중력 가속도를 감지할 수 있다.

여기에 소리 정보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더해 심각한 자동차 사고라 인지되면 아이폰이 즉각 응급 구조기관과 긴급 연락처에 알린다. 이는 특히 목격자가 없는 뺑소니 사고 등에서 피해자가 장기간 방치되는 사례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함께 출시된 애플워치8 시리즈에도 같은 기능이 탑재됐으며 애플은 아이폰과 함께 사용 시 보다 매끄러운 구조 요청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아이폰14 시리즈는 자동차 충돌로 감지되는 상황에서 구조기관에 자동으로 이를 신고할 수 있다.

사라진 '아이폰 미니', 전작과 같은 프로세서, 개선된 카메라

아이폰14는 6.1인치 화면의 기본형 모델과 6.7인치 아이폰14 플러스(Plus) 모델로 구분된다. 5인치급 '미니' 모델은 전작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프로세서는 아이폰13 시리즈와 동일한 'A15 바이오닉'이 탑재됐다.

후면 카메라는 2개 렌즈의 듀얼 구성이며 전작보다 커진 이미지센서와 조리개, 개선된 센서 시프트 OIS(광학손떨림방지)를 사용했다. 메인렌즈는 1200만 화소다. 저조도 촬영 기능은 전작 대비 49% 개선되고 야간모드 노출은 2배 빨라졌다. 전면 카메라도 저조도 촬영 성능이 38% 개선됐다.

또 소프트웨어 보정 기술인 딥 퓨전의 보조를 통해 저조도 사진 보정 수준은 아이폰13보다 2배~2.5배 수준으로 좋아졌다. 저조도 촬영 성능 개선은 애플이 매년 새 아이폰 카메라에서 강조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전면 카메라에는 시리즈 최초로 자동초점 기능도 추가됐다.

이 밖에 미국판 아이폰 한정이지만, 아이폰14 시리즈에서 유심(USIM) 슬롯이 제거된다. 이심(eSIM)만 사용할 수 있다. SIM은 이동통신 가입자 이통사와 전화번호, 요금제 정보 등을 담은 칩이다.

탈착식 카드형인 유심과 달리 이심은 기기에 내장돼 있으며 데이터 다운로드 방식으로 가입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 국내에선 이달 1일부터 정식 상용화되어 다소 생소한 기능이지만 미국 등 해외에선 오래전부터 지원됐다.

또 이심 하나로도 다수의 회선 개통이 가능하므로 이심이 있으면 유심이 필수가 아니다. 이번 모델을 기점으로 일부 국가의 아이폰에서 유심이 사라진 이유다.

아이폰14와 아이폰14 플러스는 미드나이트, 블루, 스타라이트, 퍼플, 프로덕트 레드 색상으로 출시된다. 저장용량은 128GB, 256GB, 512GB로 구분된다. 가격은 아이폰14가 최저 125만원, 플러스 모델은 135만원부터 시작한다. 가격은 업계의 예상대로 전작 대비 비싸졌다.

아이폰14와 동일한 화면 크기의 아이폰13은 기본형 모델 가격이 최저 109만원이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개한 신형 폴더블폰 시리즈도 전작 대비 가격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판매가 상승 원인을 장기간 이어진 전세계 부품 공급난, 물가상승 등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한국 출시일은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30여개 1차 출시국은 9월9일부터 사전주문이 시작된다. 한국은 전작들의 출시일을 고려할 때 9월 중순경 사전예약이 시작되고, 10월 초 공식 판매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이폰14 프로라면…'M자'와 작별할 시간, 새 노치가 왔다

아이폰14 시리즈의 특징은 기본형과 프로형 모델 간 차이가 카메라에서 화면 노치, 프로세서 등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완전히 새로운(新) 프로의 등장이라 할 만하다. 그중 이번 시리즈에서 외형상 부각되는 차이는 노치에 있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X 이후 제품 화면 상단을 M자형으로 가르는 독특한 디자인의 노치를 적용해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M자형 탈모'가 연상된다는 조롱이 따르기도 했으며, 경쟁사들은 주로 화면 한편에 카메라 렌즈 하나만 삽입하는 펀치홀 방식으로 이 같은 디자인을 피했다.

애플은 아이폰14 기본형에도 기존 노치를 적용했다. 그러나 아이폰14 프로에는 다이나믹 아일랜드(Dynamic Island)로 명명한 새 노치를 새롭게 선보였다.

기본 형태는 화면 상단 중간에 가로로 긴 타원형 노치가 떠있는 모습이다. 애플은 노치에 포함되는 카메라와 센서 등 모든 부품을 재설계해 부피를 30% 줄였다고 설명했다.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에 적용된 신형 노치와 다이나믹 아일랜드 인터페이스.

재미있는 점은 이 노치 영역에 가변적 형태의 화면 애니메이션이 결합됨으로써 새로운 알림 인터페이스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에어팟 연결, 음소거, 충전시작, 페이스ID 등 다양한 알림에 대해 각기 다른 애니메이션과 확대, 축소된 다이나믹 아일랜드가 화면에 표시된다.

다른 앱을 사용 중일 때 온 전화도 이곳에서 앱 종료 없이 받을 수 있다. 만약 알림이 2개 이상이라면 아이폰이 공간을 나누어 표시한다. 애플 공식앱 외 서드파티 앱도 다이나믹 아일랜드를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이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사용 중인 스마트폰은 없다. 따라서 다이나믹 아일랜드는 당분간 M자 노치와 공존하며 아이폰 시리즈를 상징하는 새로운 특징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결합되는 노치.

최초의 4나노 애플칩, 48MP 쿼드픽셀 카메라도 '프로에서만'

아이폰14 프로에는 애플이 첫 4나노 공정으로 설계한 A16 바이오닉 칩이 탑재된다. 애플이 동일한 넘버링의 제품에서 프로세서로 성능 차이를 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신제품 발표 중 "경쟁사는 여전히 3년 전 프로세서인 A13의 성능을 따라잡으려 노력 중이지만 새롭게 6코어를 탑재한 A16 바이오닉은 경쟁사 제품보다 40%나 빠르다"고 자부했다.

전력 소모는 전작보다 20% 줄었다. 고효율 코어의 전력 소모량은 경쟁사 대비 3분의1 수준이란 설명이다. 또한 5코어 GPU는 전작보다 50% 넓은 메모리 대역폭으로 향상된 게이밍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아이폰14 프로는 이전처럼 카메라 성능에서도 기본형 모델과 큰 차이를 보인다. 애플은 프로 모델에 역대 최대급 센서인 4800만화소(48MP) 쿼드픽셀을 탑재했다.

아이폰13 프로 대비 이미지 센서 크기가 65%나 커졌다. 센서가 커지면 카메라가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선명도와 저조도 촬영에서 보다 유리하다.

아이폰14 프로 후면 카메라 스펙.

발표 영상 내에서는 후면 카메라 돌출이 두드러져 보인다.

실제로 쿼드픽셀이란 이름에 걸맞게 해당 센서는 픽셀(디지털 이미지 최소단위) 4개를 하나의 쿼드픽셀로 그룹화해 단일픽셀 방식보다 4배 더 많은 빛을 포착할 수 있다. 대신 발표 영상에 미뤄볼 때, 일명 '카툭튀(후면 카메라가 휴대폰 뒷면에서 돌출된 모습)'는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개인 사용자를 위한 2배 망원촬영 옵션이 추가됐다. 사진편집 전문가를 위한 프로로우(ProRAW) 이미지 포맷은 4800만화소 촬영이 가능해졌다. 영화 촬영에 쓰이는 시네마틱 모드도 4K 해상도와 최대 30프레임 촬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됐다.

아이폰14 프로 시리즈 후면 디자인. 왼쪽부터 스페이스 블랙, 실버, 골드, 딥 퍼플.

아이폰14 프로는 6.1인치 모델과 6.7인치 프로 맥스(Pro max) 모델로 구분된다. 색상은 딥 퍼플, 실버, 골드, 스페이스 블랙 4종으로 구성되며 128GB, 256GB, 512GB, 1TB 저장 용량으로 출시된다.

아이폰14 기본형처럼 9월9일 일부 국가부터 사전주문이 시작된다. 가격은 프로 모델이 최저 155만원, 프로 맥스는 175만원이다. 전작은 동일한 크기의 프로가 135만원, 프로 맥스가 149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