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액정 파손이 캠핑의 낭만을 파괴하진 않는다.

아이폰액정 파손이 캠핑의 낭만을 파괴하진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스마트폰을 바꾼지 한달이 못된 오늘, 그렇다. 오늘은 정말 못된 오늘이다, 아이폰의 액정이 파손되었다. 힘이 풀린 오른손이 아이폰을 툭 떨어뜨렸다. 그곳에 돌멩이가 있었고 그 돌멩이 위에 아이폰이 낙하한 것은 정해져있던 일일까? 아이폰액정은 파손될 운명이었나? 아주 오랜만에 나서는 캠핑이라 새벽부터 짐을 싸고 평소보다 바쁜 일정들을 소화해내는 와중에 몇몇 암시가 있었다. 조심하라는.

헬스장에 화장품 파우치를 흘리고 왔고 정수기 물을 컵으로 받으면서 흥건하게 바닥을 적셨고 점심을 먹으며 젓가락을 두번이나 떨어뜨렸다. 난 원래 칠칠맞은 사람, 덜렁거리는 사람, 조심성없는 사람이기에 뭔가 큰 사고의 전조가 아닐까 생각하진 않았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신의 본질이라고 여겼던 부분이 점점 더 진해져가는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은 그런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단정지었던 어떠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나는 사소한 걱정은 하지 않는 사람이며 사소한 일에는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해왔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소한 것에 심정이 상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어린 날엔 휴대폰 몇 개를 연달아 파손하고도 그것으로 인해 심정이 상한 적이 없었는데 아이쿠, 아이폰 액정 조각에 마음이 산산하다. 아이폰으로 바꾼 것이 화근이었나? 갤노는 던져도 멀쩡하드만 ㅠㅠ 이놈의 손은 어찌 이리 마이너스인지? 역시 갤노가 정답이었나? 아직 약정이ㅠㅠ 그저 액땜한 거라 여기라는 말에도 ㅠㅠ 캠핑을 즐기지 못하고 ㅠㅠ거리고 있다.

대범함이 사라진 자리에는 사시나무 가지같은 진동이 인다. 불안은 영혼을 침투하여 영혼을 부식시킨다. 그들의 불안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만만치 않게 나를 불안에 떨게 한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풍경을 더 이상 망치게 할 수는 없으므로 ...

취하련다.

취하는 것이 상책이다.

취하면 아이폰의 파손된 액정도 아름다우리라.

취하면 수리비용 따위는 괘념치 않으리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