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시 카메라로, 목표는 아이폰 뛰어넘기

한때 사진 찍기가 취미라고 말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장비도 실력도 다 입문자였지만 사진 찍는 게 좋았다. 어쩌면 이렇다 할 취미를 가지지 못했던 나에게 처음으로 가져본 취미생활이라 그 자체로 좋았을 수도 있다. 다만 현실에 치여 카메라를 놓았고, 작년 말 다시 카메라를 잡게 되었다. 전보다 실력은 더 어색해졌고, 아이폰보다 괜찮은 사진이 나오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거금 들여 산 카메라의 뽕을 뽑으려면 어떻게든 아이폰 보다는 나은 사진을 찍어야 한다. 아이폰 사진을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의 사(진)춘기에 대해 기록해보고자 한다.

나의 첫 카메라 소니 A7 Mark 2

17년도 6월 경, 첫 취업에 신이 나서 구매한 소니의 A7 Mark II라는 풀프레임 카메라였다. 원래는 소니 A6600이라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려고 현장 수령으로 인터넷 주문을 했는데, 막상 가니까 A6600은 동영상 중심이고 사진만 찍을 거면 가격이 비슷한 풀프레임으로 가라는 가게 사장님의 말에 혹했다. 말로만 듣던 풀프레임을 쓸 수 있다고? 이런 생각을 했으니. 지금도 풀프레임이 얼마나 더 좋은거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지만, 아마 더 선명하고… 같은 렌즈로 찍었을 때 화각에서 손해보는 것도 없고 뭐 그럴거다.

그렇게 첫 카메라를 가지고 신나게 찍고 다녔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평창, 오키나와의 여행을 담고 그 당시 생활 터전이었던 울산에서의 일상과 울산 생활에 답답할 때마다 밥먹듯이 가던 서울의 주말을 찍었다. 직장 생활이 맘에 들지 않아서 그랬는지 쉬는 동안에는 돌아다니고, 그걸 사진에 담고, 또 보정을 하면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곤 했다.

첫 카메라로 담았던 여행과 일상들

그러다 울산에서의 일을 관두고 서울로 완전히 올라왔고 재취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카메라는 점점 손에서 멀어져 갔다. 울산에서 벗어나면 다 행복할 줄 알았지만, ‘다시 일을 하면’ 이라는 조건 속에 많은 것들이 유예되었고 사진 찍기도 그 중 하나였다. 결국 18년 11월 첫 카메라는 중고로 처분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굉장히 좋아져서 카메라가 굳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지금 이걸 중고로 팔면 생활비에 꽤 보탤 수 있었으니 팔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3년 만에 다시 산 두 번째 카메라 소니 A7 Mark 3

하지만 머리 속엔 계속해서 카메라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아이폰이라는 강력한 카메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카메라로 돌아온 이유는, 내 맘대로 노출을 조작하고 자유롭게 보정하는 그 맛 때문이었다. 여전히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창작에 대한 욕구는 아무리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아졌다한들 해결할 수 없었다.

상황이 나아지면서 21년 11월 딱 3년만에 다시 카메라를 구입했다. 3년 만에 상황이 겨우 나아졌다기 보단, 마음의 여유까지 갖기에 3년이 필요했다. 기종은 소니 A7 Mark 3에 35mm렌즈, 2년 전 중고로 처분했던 카메라와 동일한 사양에서 버전만 한 단계 상승했다. 그런데 다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 미처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카메라가 없는 3년 동안 스마트폰 사진 촬영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오히려 카메라로 찍은게 더 별로라는 것이다. 작은 뷰파인더로는 내가 뭘 찍고 있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노출 조정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과노출로 버리는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언제 성장할 지 장담은 못하지만 성장기록을 남기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오답노트로 이 기록을 활용할 까 생각 중이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아이폰 뛰어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