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고비] 우리끼리 5박 6일 몽골여행 - 5일째 푸르공과, 바가 가즈링 촐로, 은하수(+아이폰으로 별 사진 찍는 팁)

230618

드디어 마지막 일정의 날

제발제발제발 일찍 준비해달라는 시내 부탁에

새벽같이 일어나 짐을 싸서 출발했다

바쁘게 준비하는 도중

갑자기 다시가 게르에 들이닥쳐서

아침부터 ‘뭐지?’ 싶었는데

자기가 준비한 선물을 주고 쿨하게 나갔다

바로 몽골 지도 모양의 마그네틱!

그러고 보면 자잘하게는 음료수부터 마그넷까지, 이것저것 많이 사준 다시. 어딜 가던 빈 손으로 돌아온 적이 없다.

출발 전, 다시가 아는 기사님께 부탁해

푸르공과의 포토타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갬성 하나하나에 목 매다는 타입은 아니라

‘찍음 좋고 아님 말고~’ 였는데

막상 찍은 사진이 멋있으니 좋긴 좋더라

르공아 안녕? 멋진 차량 협찬 감사합니다

스타렉스를 타면 푸르공이랑 사진을 못 찍나

걱정이 많이 되겠지만, 기사님께 팁을 드리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자

(친한 기사님들끼리는 알음알음 빌려주시는 모양)

물론 자기 푸르공이 있으면 더 좋은 풍경에서 찍을 수 있다

핑크 공주들에게 둘러쌓인 황. 미안하다 사랑하다 원피스와 핫핑크 나시를 보며 처음엔 박장대소 하더니 나중에는 현기증을 호소했다

오늘도 빠질 수 없는 장보기

시내가 몽골에만 있는 바닐라맛 펩시를 추천해줬다

궁금해서 먹어봤는데 나는 호, 황과 뚜기는 불호

토네이도 아이스크림 같은 맛이 났다

맛만 좋구만 왜들 난리셔

그리고 점심은 고기 만두.. 만두 게이트 그만...

몽골 케찹이랑 궁합이 딱이라 처음엔 정말 좋아했는디

그걸로도 나중엔 감당 불가였다

이젠 저 만두들이 악랄하게 보이기까지..

어찌저찌 만두를 해치우고 아아 수혈을 위해

첫 날에 들렀던 카페로 향했다

어느 덧 울란바토르 근처로 많이 올라온 모양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매장 직원이 다가와

우리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줄테니

카페 한 쪽 벽에 걸어놔도 되냐고 물으셨다

물론 당근 오브콜스!

사진찍으려고 준비 중에 갑자기 다시와 시내가

뒤로 쓱 한 발 빠지는 모습을 보니,

우리끼리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없는게 생각났다

언제 또 찍을까 싶은 생각에 다 같이 기념촬영을 했다

완벽한 현지인 패밀리 완성

보면 모르는 척 해주세요. 앞으로 다시는 불릴 일이 없는 이름들. 다시가 지어준 몽골식 이름, 나라, 사라, 토야. 나라는 해, 사라는 달, 토야는 햇살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내가 사라다!(샐러드 아님)

이 날도 이동하다 염소 떼를 만났다

살면서 만날 염소는 몽골에서 다 본 듯

물 먹으려고 지하수 근처애서 바글바글대는 염소들

하늘과 염소, 그리고 원색의 옷. 사진은 어딜가나 너무 잘 나온다! 몽골여행에는 무조건 원색 옷 추천!

불쾌한 염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염소야 웃어!

정말 모든 곳 그림같았던 몽골의 시그니처 풍경,

창문 밖으로 윈도우 배경화면 등장!!

먼 거리를 달려도 밖을 보는 재미에 참 즐거웠다

돌이켜보면 이 날 몽골 날씨가 제일로 좋았다

푸른 윈도우 하늘과 찰칵. 광란의 컬러마니아.

구름만 좀 없으면 완전 윈도우 그 잡채

들판이 무성한 몽골 길에서

유일하게 바가 가즈링 촐로 가는 길만 산악지대라

다시의 능숙한 드라이빙에도 멀미유발..

막판에 너무 힘들었지만 정신력으로 멀미를 이겨내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어쩌구 촐로

극악의 화장실을 체험한 후,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촐로 전용 화장실. 소 떼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시내의 도움으로 소 떼를 보내고 들어선 화장실은... 진심 최악.... 냄새때문에 진짜 질식할 것 같았다. 결국 문을 열어놓고 볼일을 본 우리. 갑자기 다가온 시내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면 대형사고가 날 뻔..

이름도 어려운 바가 가즈링 촐로,

아직도 에 ‘몽골 촐로’ 라고 검색해서 지명을 확인함..

익숙하지 않은 몽골 지명들은 하나같이 어려움 ..

풀이하자면 ‘작은 장소의 바위’라는 뜻

몽골어로 ‘촐로’가 바위라고 한다

그 만큼 산에 자기주장이 강한 바위들이

온통 뒤덮고 있었다

기형적인 바위들 천지 화강암 지대 촐로

멀리서 봤을 때 인위적인 사원인 줄 알았는데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형이라고 했다. 사원은 맞았긴 한데 저 돌산이 사원은 아니였다.

방문 후기를 보니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트래킹하려면

운동화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그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돌이라 오르기 편함

10분 남짓 산을 올라가니

저 멀리 몽골 초원이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속 시원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생이 예전 보내줬던 남미 여행사진의 한 군데 같았던 모습. 시원하게 부는 바람과 당장이라도 튀어나올듯 한 기암절벽들이 인상 깊었다. 이 곳이야말로 이국적인 풍경이자 몽골의 초원, 하늘, 그리고 거친 산맥을 동시에 한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방문한 곳 중 촐로가 가장 좋았다.

한참 멋쟁이 사진들을 찍고 난 후

시내와 다시가 독수리도 보여준다며

독수리 둥지로 향했다

사진으로 보니까 별로 안 커보이죠?

진짜 거짓말 안하고 사람만함..

진짜 멀었는데 앉아있는 크기도 사람만 했거든요? 날아가니까 봉고차만 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얼추 구경을 마치고

몽골인들이 눈이 좋아진다고 믿는 물이 샘솟는다는

수원지로 향했다

큰 바위 안에 물이 고여있는 곳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30센치정도 깊이

아래에 진짜로 얕게 물이 차 있었다

역시 민간요법 국룰. 자연에서 만든 어쩌구. 사실 전 날 비가 왔다길래 그래서 고여있는 거 아닐까? 생각했다 히히

이 날 몽골 여행 중

최대의 재난인 통신재난이 있던 날

도로 중간에 갑자기 데이터가 뚝 끊겼다

e-sim의 다시 시작된 재앙인가 싶었는데 시내 왈

’지금부터 내일까지 데이터 안터져요!‘

너무 해맑은 시내 목소리에 끝까지 믿지 않았지만,

시내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 후 우리는 세상과 단절되어

장장 36시간의 디지털 디톡스를 겪게 된다

‘아무리 통신이 안 되도 이렇게까지 안된다고?’

어이없어하는 동안 도착한 게르는

그 동안의 게르와 비교도 안되는 초호화 게르였다

( 이 날은 충전과 뜨신 물 샤워가 가능했다 ㅠㅠ)

이 정도면 궁전입니다. 시설 자체도 신식 게르였음

빠질 수 없는 게르와 찰칵

시내가 밥을 준비해본다고 급히 사라지는 동안

우리끼리의 자유시간이 생겨

드디어 몽골 마트에서 산 배드민턴을 꺼냈다

뒤이어 윷놀이까지 등장

나는 게임에 진심이었고

한 명은 복수 뿐이었고

다른 한 명은 그냥 생각이 없는 애였다

윷놀이 경치보소..

돗자리 깔고 놀던 우리를 보고 접근해온 다시. 흥미로워하길래 윷을 쥐어줬더니 냅다 던져보고 호탕하게 웃다갔다

홈에서 탈출하게 해주새요

참고로 이 때 시각이 7시쯤 되었는데

바로 이 정도는 입어야 추위를 피할 수 있었다

(후리스+비니 조합)

몽골 일교차 체감하세요. 정말 캐리어난이도 극악;

열씸히 놀고 있으니 시내가 저녁 준비를 마쳤다며

우리를 찾으러 왔다

오늘은 볶음밥과 컵라면, 그리고 다시가 맛있다고

추천해준 알 수 없는 통조림!

오 ㅋ 근데 장조림 맛이 나 볶음밥과 잘 어울렸다

몽골인들은 이 통조림을 라면에 섞어먹는 듯 했다

따라해봤는데 결론적으로 맛있었음! 대성공!

마지막 밤, 아쉬운 마음에

다섯이서 웃고 떠들다 보니

게르에는 서서히 밤이 내려앉았다

빠질 수 없는 별 보기

마지막 날이라 아예 작정하고 침낭을 끌고 나왔다

많은 여행자들이 에어베드를 챙겨가는 모양이었는데

나는 돗자리가 더 유용하고 편하다고 생각해

들고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에어베드가 단체사진 찍을 때 잘 나오고

수납하며 들고다니긴 편해 보였음!

길바닥 굼벵이들. 밤이 되면 모든 여행자들은 자기 게르 앞으로 나와 하늘의 만발한 별을 보러 누워있었다

우리는 몽골 국룰이라는 손전등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별을 담았다

쏟아지는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블루투스 스피커를 틀어놓고 도란도란 누워 하늘에 숨어있는 별자리들을 찾았다

매일 밤 하늘에 떠있던 뿌연 구름 같은 물체도

말로만 듣던 은하수라는 걸 마지막 날에야 알았다

이렇게 넓은 우주에 우리가 너무 작고 하찮게만 느껴져서

덧없고 보잘 것 없이 느껴지면서도 그렇기에 매 순간이 소중하고 또 소중함을 어렴풋이 느꼈다. 과연 내가 다시 이 친구들과 이런 말 같지도 않은 고생을 감내하며 무언가를 향해 다려올 마음을 먹을까. 오랜 시간 각자 하늘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생각에 열심히 빠져있었고 별들은 우리를 중심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냥 이 때가 너무 좋았다 모든게

별 아래 본인의 모습을 담고 싶다면

미리 한국에서 이것저것 준비해가는 게 맞지만

나는 그냥 별 자체만으로도 좋아서

많이 보고 또 보고 나만의 방법으로 열심히 담았다

실컷 마지막 별을 즐기고 숙소에 들어오니

망할 전등이 고장나있었다^^

무시하고 그냥 자려다가 눈뽕이 너무 심해서

영어가 통하는 직원을 통해 고쳐달라고 말했는데,

자기들끼리 뭘 실컷 해보다가 안된다며 돌아갔다

- 얘들아 이거 너네 직업이다 ? -

‘될 대로 되라...’ 라는 마음으로 그냥 뒀지만

도저히 생활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결국 시내 호출...

몽골어로 뭐라뭐라하니까 바로 전등을 갈아줬다

그리고 좀 화나는 게 이 날 우리 전등을 고쳐준 스탶이랑

몇 마디 했다고 이 친구가 우리에게 과하게 친밀감을 느껴

시도때도 없이 아는 척 + 심지어 다음 날 화장실에 들어간 친구에게 뭐라뭐라하며 문까지 열라고 했다해서 열받았다;

눈뽕때문에 좌절한 황과 뚜기. 어? 이게 맞냐고요!!!! 마지막 날도 조용할 틈이 없이 마무리

아무튼 마지막 날도 쉽진 않았지만 여차저차 끝

다가올 내일을 위해 바쁘게 캐리어를 정리하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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