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아이폰을 바꾸다

11년 전, 졸업 직전에 이력서란 이력서는 다 서류낙방하고 극한의 우울함에 시달리던 나에게 어머니께서 핸드폰을 사 주셨다. 너무 힘들어했고 이걸로라도 위로받고 싶다고 아이처럼 칭얼거리다가 받은, 없는 집안사정에 어머니께서 사주신 폰은 아이폰5s였다. 비록 우울함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그 핸드폰은 단순한 물건을 넘 엄마의 사랑이었다.

2주 전부터 어머니 핸드폰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카톡 알림이 아예 안 오는 이상징후는 소프트웨어적인 조치를 아무리 취해도 해결이 되지 않았고, 핸드폰을 바꿔야 하는 게 맞았지만 집안 사정은 여전히 썩 좋지 못했다.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엄마라면 내가 이 상황일 때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깨달은 뒤에 바로 핸드폰을 구입하여 드리니 어머니의 표정이 밝아지는 모습에 참 뿌듯했다.

바꿔드린 폰은 딱 10년 후 모델인 아이폰 15였다. 그 때의 5s가 그랬듯, 지금의 15도 나에게는 단순한 핸드폰 이상이리라. 그 때의 사랑으로 버틴 자식이 순탄하진 않아도 그래도 지금까지 성장해서 드리는 징표같은 물건이니까. 마음 깊숙이 남겨뒀던 내내 마음을 그래도 표현했기에, 지갑이 얇아지는 걸 신경쓰지 않고 산 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는 의식하지 않아도 어머니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자식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