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 7박 8일 홍콩여행 3일차 / 텅 빈 인스타 성지 초이홍 아파트와 구룡성채 공원 - 동구룡반도 (신계) 탐방하기 (후지필름 X-E4 & 아이폰14 Pro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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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sper입니다 ???
홍콩을 영화가 아니라 인스타로 먼저 접하신 분들이라면 신기하게 생긴 아파트에서 찍은 사진들을 많이 보셨을 텐데요 (라이탁센 아파트 / 록와 에스테이트 등).
라이탁센 / 록와 에스테이트 | 출처: 트립닷컴 & 위키피디아
여러 사진명소 중에서도 ‘무지개 아파트’로 유명한 초이홍 아파트를 다녀왔습니다! 초이홍 구역이 위치한 곳은 구룡반도 도심에서 동쪽으로 조금 벗어난 곳이라 근처에 갈만한 곳들도 전부 섭렵해버렸다는 사실 :) 그럼 동구룡반도(신계) 투어 시작할게요~~~
아침은 맥모닝 / 간판 수집하기
몽콕역에서 출발해서 다이아몬드 힐역에 도착하면 난리안 가든 (Nan Lian Garden) & 치린 수도원 (Chi Lin Nunnery)가 있습니다. 둘이 붙어있어서 난리안 가든으로 입장하면 다 돌아보실 수 있답니다!
난리안 가든 입구 안내문 & 운영시간
난리안 가든
난리안 가든은 당나라 스타일로 조성해놓은 정원인데, 특유의 정갈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이 좋았어요. 비가 추적추적 와서 오히려 더 운치있는 느낌? 내부에는 당나라 건축양식 / 암석 조각술 및 당나라 조경술 등에 대한 기념관들이 있고, 황금색 정자와 연못도 있어 도심 속 안식처 같은 느낌을 받았답니다.
난리안 가든 북쪽에 난 회색 돌다리를 건너면 치린 수도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요, 홍콩의 2월은 늦봄 날씨기 때문에 꽃이 피어있는걸 보실 수 있습니다.
치린 수도원
치린 수도원
치린 수도원은 난리안 가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제미가 보이는 곳입니다. 당나라 양식의 불교 사찰인데 건립은 1934년에 되었으니 생각보단 많이 신식이죠? ㅋㅋ 어쨌거나 서울의 여러 사찰들처럼 도시에 있는 사찰은 뭔가 안식처같은 느낌이 듭니다.
카오룽 시티에 위치한 리듬가든 주상복합단지 / 구룡채성 공원 가는 길
첫 일정을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라 다음 장소로 이동하면서 먹을만한 곳을 찾아봤습니다. 치린 수도원에서 남쪽으로 조금 이동하니 리듬 가든이라는 곳이 나왔는데, 아파트 단지에 작은 식당가가 딸려있는 곳이라 둘러보다가 ‘믈라카 퀴진 (Malacca Cuisine)’이라는 말레이시아 요리 체인으로 들어갔습니다.
믈라카 퀴진 / 하이난식 치킨라이스 w/ 바쿠테, 똥라이차 (아이스 밀크티)
사실 별로 기대를 안하고 들어갔는데 체인인데도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란,,, 하이난식 치킨라이스에 바쿠테, 밀크티를 주문했는데 촉촉하고 의외로 차갑게 식혀서 나온 닭은 담백하고 소스에 찍어먹는 재미가 있었고 홍콩에서 먹게될 줄은 몰랐던 바쿠테 (말레이의 갈비탕) 국물도 비 오는 날 뻐근한 몸을 개운하게 해주는 깊은 맛이 일품이더라구요. 밥도 아마 코코넛 물로 잰 (동남아에서 이렇게 한다고 들은거 같긴 한데 뇌피셜임) 느낌이라 약간 독특하지만 거부감이 들진 않았어요. 밀크티도 아주 맛났구요. 사장님도 정말 친절하셔서 아주 기분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답니다. 옥토퍼스 카드로도 결제가 되어서 잔돈 걱정도 없었던 든든한 한 끼!
구룡채성 공원
이 좁은 부지에 5만명이나 살고 있었다는게 믿어지시나요?
점심을 먹고난 뒤엔 어쩌면 초이홍 아파트보다 더 기대하고 있던 구룡채성 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간략한 역사를 소개해드리면 기존에 송나라 군 막사가 있던 곳인데, 1800년대 후반 홍콩이 영국에 조차되면서 홍콩 및 그 주변 구역 (신계 / New Territories)이 영국령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이 당시 700명 가량의 중국인이 살던 구룡채성을 자신들의 통치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자치령으로 냅두었고, 청나라가 1910년대 패망하면서 영국에 양도 (사실 버린 수준인데) 하기까지 청나라가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영국 입장에서는 뒤늦게 양도받은 이 구역을 어떻게 할 지 몰라 (재개발 약속을 했지만) 따로 개발을 하지 않고 있었고, 중간에 국민당과의 소유권 분쟁 등을 겪으며 기존에 있던 성채는 대부분 소실되었습니다.
구룡성채 (Kowloon Walled City) | 출처: City of Darkness: Revisited - Greg Girard
내부 모습 / 출처: City of Darkness: Revisited - Greg Girard
결국 두 정부는 ‘영국은 구룡성채를 국민당 관할로 하되, 국민당은 그 관할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는 다소 황당한 조건으로 합의하게 되고, 1950년대 홍콩 대화재 이후 늘어나기 시작한 거주민들과 실질적으로 아무도 관할권을 행사하지 않는 현실이 맞물려 온갖 법죄가 횡횡하는 마굴이 됩니다. 특히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건물을 올려 거의 한 블록이 하나의 건물이 된 모습은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 결국 안전 및 환경 등 여러 문제로 인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 1990년대 초에 완전히 철거를 하고 그 자리에 기존의 군 막사를 복원한 공원이 들어서게 됩니다. 여담으로 근처에 있던 (그리고 뒤에 나올) 카이탁 공항도 도심 소음공해 및 안전 문제로 없어지고 현재의 첵랍콕 공항이 홍콩국제공항이 되었답니다. 당시 구룡성채 옥상에서 카이탁 공항에 착륙하던 비행기를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고 하니 소음과 먼지가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도 안되네요;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사라지고 나면 미화가 되고, 이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는데, 지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인구밀도가 높았던 건물인 구룡성채는 다양한 홍콩 느와르 영화는 물론이고 공각기동대 등 사이버펑크 장르의 배경이 되기도 했고 세계 각국의 사진가와 기자들이 지도까지 만들면서 열렬히 취재했던, 위험한 만큼 매력적인 공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지금도 기존 성채 모습을 잘 복구해놔서 서울에 있는 석파정을 둘러보는 느낌으로 한바퀴 슥 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Sung Wong Toi Station (도저히 발음하는 법을 모르겠음) - 새로 지어진 역인듯한 느낌
구룡채성 공원 남쪽에는 태국음식 등 동남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가가 있는데, 이미 점심을 먹고 가서 저희는 패스했습니다 ㅠ 드디어 초이홍 아파트로 이동하는데, 구룡성채에서 이동하려면 가야하는 Sung Wong Toi 역 주변이 대규모 공사 중이라 길을 찾기가 쉽진 않은데 구글맵으로 요리조리 잘 걸어서 입구를 찾아냈답니다! 이 성웡토이(?)역에서 다이아몬드 힐역으로 갔다가 다시 Green Line으로 갈아타서 초이홍 역에 내리면 끝!! 사실 동선으로만 보면 <구룡채성 공원 ➡️ 웡타이신 사원 ➡️ 난리안 가든 & 치린 수도원 ➡️ 초이홍 아파트가 합리적인데 어쩌다보니 조금 왔다갔다 하게 되었네요 ㅋㅋ
일단 갑자기 본인 사진 투척
수집수집 -
사실 버스로도 갈 수 있었지만 저 무지개 타일을 찍기 위해 지하철 이용…
동아리 후배한테 & 춘광사설 사장님께 선물받은 키링이 홍콩에~
인스타 성지로 유명한 초이홍 아파트(Choi Hung Estate)에 드디어 입성~!! 초이홍 역에 내려서 C4 출구로 나오시면 아파트 단지 입구가 나오는데, 초입에 있는 아파트 지도(?)에 보시면 ㄷ자로 둘러싼 아파트를 중심으로 ‘농구장이 있는 주차장’ 이라고 써있습니다. 사실 그냥 단지 들어가자마자 보이긴 합니다 ㅋㅋ
사실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색이 흐릿하긴 하다 - 근데 사람 없는게 넘 좋음
일단 초이홍 아파트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요. 홍콩 아파트들 보면 대부분 엄청 높은데, 삼수이포나 신계 지역은 상대적으로 건물들이 낮아서 그런지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에 들어와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날이 흐려서 더 그래보였는진 몰라도 건물들의 무지개 색 벽면이 그렇게 진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넷상에서 보시는 사진들은 대부분 정말 심하게 색보정이 들어간거고, 저도 채도 높이는걸 안 좋아하는데도 생동감을 꽤 올려서 이 정도로 만들었으니 실제로는 매우매우 색이 바랬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농구장 우레탄 바닥은 색이 아주 짱짱하니 좋더라구요.
그리고 또 놀란 점은, 정말 사람이 1도 없습니다. 벤치에서 쉬는 주민 분들이나 농구하는 애들 몇 명, 사진 찍는 사람 한 2~3팀 빼고는 텅텅 비어있어요. 예전엔 줄 서서 찍고 어쩌고 했다더니 저희는 거의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은 찍을 정도로 비어있더라구요. 뭐 이제 올해 지나면서 관광객이 많아지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요! 올해 상반기에 가시는 분들은 편하게 들러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ㅎㅎ 물론 주민 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조용히 다녀가시는 것 잊지 맙시다!
내부는 못들어갑니다요
이렇게 짧은 초이홍 아파트 구경을 끝내고 원래는 쿤통 프롬나드/수변공원까지 걸어가보려고… 했지만 뭔가 너무 많이 걸을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실제로 나중에 보니 잘한 결정이었죠 ㅋㄹㅋㄹ) MTR을 타고 쿤통 역에 내려 수변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쿤통역에 내려서 수변공원 가는 길에 에그타르트 사가기
마음에 든 사진
쿤통 지역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구룡반도 도심에서 동쪽으로 쭉 오면 있는, 세미도심? 공업지대? 느낌이 들었어요. 쿤통 프롬나드/수변공원은 뭔가 난지한강공원 느낌으로 깔끔하지만 사람들은 많지 않은, 그래도 사람 사는 냄새 나는 분위기라 좋았어요. 저도 가는 길에 에그타르트를 사서 (생각보다 좀 기름지긴 했지만) 공원 벤치에 앉아서 먹으니 그저 힐링그잡채…
쿤통 프롬나드에서 잠시 쉬고 공원에서 바로 앞에 보이(지만 걸어가려면 너무 먼,,)는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 공원’에 가기로 했어요. 버스 타고 가려다 너무 안 오길래 그냥 택시타고 갔는데 기사님이 말은 안통했지만 정말 친절하셔서 (악셀 밟는 건 안 친절ㅋㅋㅋㅋㅋㅋ) 아주아주 편하게 갈 수 있었답니다.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 공원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 공원
1980년대까지 홍콩의 국제공항 역할을 했던 (활주로가 무려 한 개…!) 카이탁 공항 부지는 첵랍콕 공항이 생기면서 한동안 황무지로 방치되다가 2014년 노먼 포스터 등 유명 건축가들의 설계로 크루즈 터미널로 재탄생하게 되었는데요, 사실 8년 전에 개장한 것 치고는 뭐가 대단히 많지 않은 곳이라 굳이굳이 찾아서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가 진행 중이라 다소 어수선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길게 난 옥상정원에서 바라보는 홍콩섬 뷰와 쿤통 뷰는 일품이었어요. 이 두 구역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공간은 아마 여기 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부에 식당이 한 2~3개 있는데 구글맵에 나온 것과는 달리 오후 5시 쯤이 되면 닫아버린다는 것도 팁 아닌 팁 (저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 주말 낮에는 사람이 많다는데 제가 갔을 땐 정말 텅텅 비어있더라구요! 그래도 이팔청춘인지라 걸어서 카오룽베이 구역으로 나가보자! 해서 걸어서 쭉쭉 이동하게 됩니다.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 공원 지도!
걸어나가는 것, 자신있게 비추! 하하
이거 거리를 대충 얕보고 걸어갔더니… 걸어나가는 다리까지가 거의 3km더라구요;;; 첫 일정이었다면 신나게 걸어갔겠지만 사실상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으려니 발바닥에 조금 무리가 ㅋㅋㅋㅋㅋ 게다가 양쪽으로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어서 한층 더 어수선한 느낌이었죠,, 암튼 걸어서 Kai Tak Bridge로 나오면 카오룽 베이 (Kowloon Bay) 지역이 나오는데, 원래 제 계획은 여기서 지하철을 타고 침사추이 동쪽 구역에 있는 왐포아 (Whampoa)로 가서 저녁을 먹고 호텔에 복귀하는거였지만! 피곤하고 배고파서 그냥 카오룽 베이에서 저녁 먹기로 결정 ?
카오룽베이의 밤거리
마음에 든 사진
카오룽베이도 갈려면 갈만한 곳들이 꽤나 있는데 그건 나중에 다시 가게 된다면 방문해보는걸로.. ?
카페 데 자르골 (cafe de jargor) - 사테 누들 & 토스트와 햄계란 & 음료
고심까진 전혀 아니고 그냥 대충 뭐든지 팔 것 같은 곳을 찾다가 평점이 나쁘지 않았던 카페 데 자르골 (Cafe de Jargor) 방문! 홍콩에 가시면 카페 데 어쩌구 하는 곳들이 많이 보이실텐데, 커피 마시는 카페가 아니라 분식집이나 김밥천국 같은 개념으로 이것저것 다 파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홍콩에 가장 많은 체인이 카페 데 코랄 (cafe de coral)인데 무난한 맛에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 아점 먹거나 간단한 식사를 하기 좋습니다 물론 전 나중에 코랄에서 조큼 슬픈 일을 당하게 되지만 .
카페 데 자르골
암튼 여긴 약간 동남아 쪽 음식을 더 취급하는 느낌이었는데, 예전에 싱가폴 갔을 때였나 사테가 고기였던게 기억나서 사테 누들을 주문했고, 다른 친구들은 볶음밥 류를 주문했어요. 여기도 어김없이 영어가 안되다보니 손짓발짓으로 주문했는데 저보고 일본인이냐고 물어보시던 ?? 겁나 시끄러웠는데ㅋㅋㅋㅋㅋㅋㅋ 음식 맛은 딱 예상 가능한 맛? 약간 라면 면발에 수분이 덜한 양념갈비 넣어 먹는 맛이라 무난무난했어요. 양념도 짭짤하니 좋았구요. 같이 나온 햄에그스크램블이 꽤 맛있었던 기억도 나네요!
지하철 탈 때마다 느꼈지만 서울보다 인구밀도가 낮은거 같은데..
열차가 설 때마다 역 이름 수집하기!
암튼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카오룽베이역에서 몽콕으로 복귀 :) 계획한 루트를 다 가보진 못했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가지 않는 신계를 조금이나마 돌아봤고 초이홍 에스테이트 / 구룡성채 / 카이탁 터미널 공원 등 역사와 화제성을 모두 지닌 공간들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네요! 다음에 홍콩을 방문하게 된다면 시궁/샤틴/타이포 등 신계 지역을 더 탐방해보고, Tai Wan & Hung Hom 구역도 돌아봐야겠어요 ㅎ
이 날의 수분을 책임졌던 꿀녹차와 복숭아차
마지막 사진은 돌아온 몽콕에서! 이 날은 27500보 걸었,,,
다음 편인 4일차에서는 구룡반도에서 홍콩섬으로 넘어가는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그럼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