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 아이폰으로 갈아탄 후기

갤럭시노트 20울트라 → 아이폰 15프로

돈을 번 이후로 당해 연도 최신 기기를 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에 아이폰 6s를 잠시 썼었지만

2년 약정 끝나자마자 다시 갤럭시로 컴백했었다.

이유는 'Back 키' 버튼의 부재와

작은 자판에서 오는 불편함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략 10년을 갤럭시만 고집하다가

다시 아이폰으로 바꿨다.

편안했던 디바이스를 거부하고

아이폰을 택하기까지 나름 용기가 필요했다.

지난 독서포럼에서 느꼈던 게 컸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가 너무 편안함에 안주해 있고 변화를 싫어하며 보수적인 사람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이걸 좀 깨부수고 싶었고 내 나름대로의 시험대가 아이폰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시험대가 비싸긴 함)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무슨 폰 하나 바꾸는데 뭐 그렇게까지?'라고

말할 수 있다.

아무튼

말은 저렇게 했지만

걱정은 한가득이었다.

처음 아이폰을 손에 쥐었을 때 가벼운 무게에 놀랐다.

티타늄 소재라서 20g 가벼워졌다는데

갤럭시노트 들다가 이거 들으니

너무 가벼운 느낌에 손안에서 몇 번 헛돌기도 했다.

IOS 이동 앱, 너만 믿고 있었는데

옛날 운영체제 변경은 통곡의 벽과 같았는데

이제는 갤럭시 → 아이폰으로, 아이폰 → 갤럭시로,

다른 운영체제에 깔린 사진이나 앱을 무선으로 바로 전송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아이튠즈로 쌩쇼했던 옛날 사람에겐 감동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갤럭시에 'IOS 이동'이라는 앱을 설치하고 전송 시작.

250기가를 거의 꽉 채운 사진과 영상, 연락처,

기타 설치된 앱들을 데이터로 넘기는데 약 2시간이 소요됐다.

전송이 끝나고 설치된 앱을 보는데

크윽... 😭

안드로이드 전용 앱은 설치 안될 게 뻔했지만

안드로이드와 앱스토어 둘 다 있는 앱들도 설치 안된 게 많았다.

여기서부터 노가다가 시작됐다.

홈 화면 한 번에 정리하기가 안돼?

'IOS 이동'앱으로 전송된 앱들이

바탕 화면에 무작위로 설치됐다.

화면이 4페이가 될 정도로 가득 채운 앱들.

근데 지우자니 하나하나 지워야 하는 게 아닌가?

갤럭시는 바탕화면에 깔린 앱을 여러 개 선택할 수 있어 한 번에 싹 다 날릴 수 있었는데

아이폰은 하나씩 하나씩 지워야 했다.

오타율의 증가

갤럭시랑 아이폰이랑 자판 치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

갤럭시는 누르는 족족 잘 입력됐었는데

아이폰은 분명 누른 것 같은데 반영이 안 되어 있다.

지금은 타자 치는 게 제일 스트레스다.

갤럭시 쓸 때는 가끔 폰으로 포스팅 쓰곤 했는데

지금은 카톡도 제대로 못 쓰고 있다 ㅋㅋㅋㅋㅋㅋ

부드러운 스와이프 모드

화면 넘기거나 뒤로 가거나 할 때

세상 부드럽다.

갤럭시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부드러움이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었는데

쓰면 쓸수록 극강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페이스 ID

이거 생각보다 인식도 빠르게 잘 되고 너무 편하다.

지문 인식은 손가락을 대는 각도에 따라

인증을 두세 번 할 때가 있는데

페이스 ID는 순식간이다.

심지어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잘 작동된다.

이불 뒤집어쓰고 웹툰 볼 때 좋았다.

사진 (접사)

책 본문이나 신문을 찍을 때

갤럭시는 접사 기능이 거지 같아

많은 불편함을 느꼈다.

갤럭시는 가운데 또는 초점을 맞춘 곳을 제외한,

구석진 곳의 글자들은 블러 처리가 되기 때문에

약 2배줌으로 해놓고 폰을 높게 들어 찍어야

그나마 온전한 전체 화면을 건질 수 있었다.

반면 아이폰은 접사 기능이 너무 좋다.

책의 한 페이지 전체가 깔끔하게 인식된다.

아이폰 15프로 vs 갤럭시 20울트라

게다가 인물과 풍경 사진은 덤.

갤럭시는 실제 있는 그대로를 찍은 느낌인데

아이폰은 내가 좋아하는 감성 한 스푼을 더 넣은 느낌이다.

이거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내 취향에는 아이폰 사진이 더 맞다.

평소 사진 찍을 때 미친 듯이 확대해서 쓸 일이 없기 때문에

망원 성능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2주가 지났다

지금은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있다.

구매 전 가장 걱정했던 'Back 키' 부재에 따른

불편함은 잘 못 느끼고 있다.

6s 쓸 때 왜케 어려워했는지 모르겠다.

대신에 글을 쓸 때 오타율이 엄청 증가했고

삼성페이에 익숙해져서 카드를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역시나 폰을 갖다 대기만 해도 계산되는 편리함을 무시할 수 없다.

애플 페이도 빨리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갤럭시에 있던 앱들을 모두 설치하지 않았다.

그냥 그때그때 필요한 게 생각나면 설치하고 있다.

제일 귀찮았던 게 인증서 설치하는 것과

앱마다 다른 아이디와 비번으로 로그인하는 거였는데

이거 거의 다 끝내니까 나머진 그리 급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오타가 제일 심각하다.

타자가 너무 어렵다.

천지인은 입력 반응이 너무 느리고

쿼디는 양 손가락이 어버버버...

블로그 포스팅은커녕 카톡 쓰기도 너무 빡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