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느끼는 내 육아에서 개선해야할 점(28개월) - 부모는 아이의 거울, 한국어, 아이폰, 양치질

1. 아이에게 한국어로 말하기가 어렵다

한국에서 23년, 일본에서 10년 살았다. 당연히 내 모국어는 한국어이다. 한국어가 가장 말하기 쉽고, 편하다. 나의 생각과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반사적인, 생활적인 언어는 일본어가 편하다. 놀랐을 때, 졸릴 때 순간적으로 나오는 말은 거의 일본어이다. 아이에게 무심코 아리가또 라고 말하거나 오하요 라고 말해버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어로 말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밥 먹자, 밖에 나가자, 같이 책 읽을까. 복잡한 말들 말고, 이런 생활에 깃든 말들이 일본어로 튀어나온다.

그렇다고 내가 일본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외국어를 모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원체 없는데다(대화하다가 막히면 너무 당당하게 좀 쉽게 설명해줄래? 이거 무슨 뜻이야? 다시 말해줘 라고 요구하는 타입), 문법이나 어휘를 틀려도 외국인이 실수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라면서 무심코 계속 틀리고(틀릴 만큼 틀려야 고쳐지는 거 아니야? 이러면서 당당하게 살고 있다, 카즈야, 화이팅), 사람 좋아해서 적당히 수다쟁이, 비언어적 표현력이 나쁘지 않고(사람 눈 잘 맞춘다, 각종 리액션이 나쁘지 않다, 진심으로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알고 있는 어휘, 문법 선에서 적당히 퉁치는 임기응변(?)에 능하기에 이럭저럭 살고 있을 뿐이다.

일상 속에서 이럴 땐 한국어로 뭐랬더라? 멈칫하고 있을 때가 잦은 한국인.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한국어,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일본어를 구사한다. 이게 바로 봄들 엄마의 언어능력. 그리고 이런 母 밑에서 母국어를 습득해야하는 게 바로 내 아들의 운명인 것이다.

소통의 기본은 대상에 대한 관심과 관찰과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대화에서 문법, 어휘 구사력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니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내 언어 능력이 내 아이에게 끼칠 영향이 걱정되기는 한다.

우선 한국어 책도, 일본어 책도 열심히 읽자. 한자도 공부하고(어려운 고전 희곡을 많이 읽었던 유학시절 덕분에 한자 자체가 낯설지는 않다), 일본인과 더 수월하게 소통하기 위해 그들의 억양이나 표현을 따라해보려고 노력하자. 연극과 시절, 인터네이션 때문에 혀를 잘라버리고 싶다고 느꼈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어서(막상 센세들은 아무 말도 안했는데 혼자 이랬다) 억양이 대수냐, 내용만 들어줘 하는 무대뽀 정신이 생겼다. 외국어 초급 시절에는 이런 나의 뻔뻔한 성격이 크게 도움이 되었지만 중상급 이상 부터는 이런 성격이 오히려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실수에 예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분들이 더 상급 외국어를 더 잘하시는 것 같다. 물론, 언어능력에 대한 정의는 다들 제각각이겠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외국인 엄마 치고는 어디서 크게 어려움을 겪을 언어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부끄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아무튼 힘내자. 무엇이든 아이가 무엇인갈 해내길 바란다면, 그 부모가 먼저 그걸 해내야 한다.

우리 애가 서울대 갔으면 좋겠어요, 라면 부모가 자신이 먼저 서울대 입시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유가 너무 극단적인가. 아무튼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깨끗한 거울이 될 수 있도록 내 자신을 갈고 닦자.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생기면 그게 나의 결핍이 투영된 욕심은 아닐지 잘 생각해보자. 아이에게 바라는 그 무엇이 욕심이 아니라면, 먼저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걸 아이에게 보여주자. 봄들 어미는 일본어, 한국어를 잘하고 싶고,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싶다. 왜냐하면 봄들이도 일본어, 한국어를 잘하고,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거든.

아이가 신생아 시절까지도 한국어 네이티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욕망(!)을 불태웠다. 지금은 일상 대화 하고, 한국어 사전 사용할 줄 알고, 한글 읽을 줄 알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본인이 한국어 공부하고 싶다고 느낄 때 좀 더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을 기반 정도만 닦아주고 싶다. 그런데 이 정도도 정말 어마한 거다. 노력하자.

2. 아이폰 그만 만지작 거리자

틈새시간이 생기면 아이폰을 만지작 거린다. 하다못해 시간이라도 보고, 일기예보라도 보고 있다. 아이가 잠시 혼자 놀고 있을 때 오은영 박사님 육아 영상을 볼 때도 있다. 아니, 아이에게는 미디어 제한하고 있으면서 나는 양심도 없는 것인가. 아이가 같이 놀자고 엄마를 부르고 있는데, 다른 육아 동지 엄마랑 깨톡 수다를 떠느라 바쁠 때도 있다.

일터 연락도 장난 아니다. 쌓여가는 메세지 때문에 시간외 근무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급한 연락이 올 때도 있어서 확인을 안하기도 애매하고.

내 아이 너무 사랑하고, 같이 노는 거 너무 재밌지만, 가끔은 내가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다. 아이가는 혼자 책을 보고 있는데도, 엄마가 자기 옆에서 자기를 바라보고 있길 원한다. 그럼 나는 아이를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이 시간을 어떻게 해야하지. 빨래를 정리하거나 청소를 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오늘부터 아이 앞에서 절대로 아이폰을 만지지 않겠다. 이러나 저러나 아이 앞에서 아이폰을 만지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3. 양치 전쟁

할 말은 많지만 짤막하게, 왜냐하면 바쁘다. 아무튼, 하아, 의외로 애 아빠가 놀이처럼 잘 닦아줘서 놀라웠다. 하지만 솔직히 꼼꼼하게 닦이지는 못하고 있다. 양치 습관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시간 지켜서 엄빠랑 같이 양치하고 장난치고는 있지만, 먹는 게 거의 어른 수준인데, 더 박박 닦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고.

갑자기 모자 끈 물고 다니는 거 좋아하는 봄들이. 나도 애아빠도 어릴 때 이런 시기가 있었던 걸 기억하고 있어서 뭔가 아이의 이런 행동이 공감이 된다. 열번 보면 세번 정도 자제시키기는 하는데, 그냥 내비둘 때가 많다.

어제 애랑 밤산책 하다가 새똥 맞았다. 33년 인생 첫 새똥이었다. 다행이다. 봄들이가 아니라 내가 맞아서. 이런 마음이 바로 애끓는 모정인가(아니야;).

봄들 엄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