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케이스를 버리며

오랜만에 케이스를 벗겨낸 휴대폰은 반짝반짝했다.

'케이스를 벗기니 새 폰 같네'

언젠가 액정을 한번 깨먹고는 애플의 리퍼 비용에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휴대폰이 미끄러지지 않게 가죽케이스 안에 폰을 꽁꽁 숨겼다.

처음과 달리 무겁고 두툼해진 촉감에도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가죽케이스로 폰을 두르고 있어도 한 번씩 손에서 떨어졌다.

그 순간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마음으로는 뭔가 답답한 기분이 들곤 했다.

'전전긍긍 내가 폰을 모시고 사는 꼴같이 느껴지는데'

그 생각이 들자마자 케이스는 물론 액정필름마저 떼버렸다.

가죽케이스로 꽁꽁 싸매고 있는 폰의 모습이 마치 내 삶 같이 느껴졌다.

깨어질까,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가리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걱정 속에서 삶의 기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한 꺼풀 걱정을 내려놓고 삶을 바라보면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들이 더 많지 않을까.

빛나는 삶을 싸매고만 있다면 부서지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고장 나 그 삶을 끝낼 때까지 아름다운 그 빛은 평생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비록 깨어지고 금이 가더라도 빛나는 그 모습 그대로 온전히 삶을 즐기고 누리며, 도전하며 살아가고 싶다.

케이스가 없으면 미끄러워 금세 떨어뜨릴 것 같았지만 오히려 더 손에 착 감기는 지금 이 폰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