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안산다” 中서 난리 난 애플 ‘댕기머리’ 사진

미국과 기술 갈등 갈수록 심화

中정부 ‘아이폰 금지령’ 정황속

애플 홈페이지 사진 놓고 반발

미국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 홈페이지에서 시계형 착용기기인 애플워치의 ‘전문가 1대 1 쇼핑’ 안내 항목에 노출된 사진이 중국에서 반발을 불러왔다. 미국 엑스와 중국 웨이보를 포함한 SNS에서 애플 제품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중국 네테즌의 반발 여론이 18일(한국시간)에도 확산하고 있다. 애플 홈페이지

세계 시가총액 1위인 미국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이 중국에서 ‘댕기머리 아시아인’ 사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애플의 인종차별을 주장한 중국 내 여론은 결국 미국과의 기술 갈등으로 논란을 확대했다.

문제의 사진은 애플 홈페이지에서 시계형 착용기기인 애플워치의 ‘전문가 1대 1 쇼핑’ 안내 항목에 노출됐다. 남성으로 추정되는 이 인물은 애플 로고를 새긴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땋은 머리카락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이 사진은 중국 외에도 한국, 미국, 일본의 애플 홈페이지에서 사용됐다.

이 사진은 유독 중국 네티즌의 심기를 건드렸다. 미국 SNS 엑스(옛 트위터)에서 팔로어 5500여명과 소통하며 자신을 ‘제3세계를 위해 투쟁하는 중국인’이라고 소개한 한 회원은 17일(현지시간) 문제의 사진을 공유하며 “애플은 죽어가는 순간에도 중국을 계속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진에서 이른바 ‘전문가’는 청나라 방식으로 머리를 땋아 중국의 후진성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더는 ‘외국인‧양인’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세계에 전파한 셈이 됐다”고 적었다.

이런 식의 의견은 중국 SNS 웨이보에서도 목격된다. 중국중앙TV 미국 특파원인 한펑은 웨이보에 “미국의 인종차별을 놓고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상대방은 그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며 “애플의 사진은 우리를 ‘가느다란 눈에 머리를 땋은 중국인’으로 모욕하는 서방 세계의 묘사로 적합했다”고 적었다.

논란은 미‧중 간 기술 갈등이 과열된 상황에서 불거졌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은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 조치는 중국 내 다른 공공 기관과 국영 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 중심의 ‘아이폰 금지령’은 사실상 민간의 동참을 끌어낼 암묵적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국, 유럽과 함께 애플 ‘3대 시장’으로 꼽힌다. 애플 전체 매출에서 중국은 1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 갈등에서 기술 자립을 위해 최근 수년간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는 지난달 29일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적용한 5세대(5G) 기술을 탑재해 세계적인 호평을 끌어냈다.

7nm 공정을 이뤄낸 기업은 중국 반도체 기업 SMIC다. 화웨이는 2019년, SMIC는 2020년부터 미국 정부의 무역 제한 대상으로 지정됐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화웨이는 7nm 공정에 성공한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규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3일 “애플을 포함한 외국 브랜드 휴대전화의 구매·사용을 금지하는 법률·법규와 정책 문건을 내놓지 않았다”며 ‘아이폰 금지령’을 부인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화웨이는 ‘애국 소비’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애플 제품에 대한 반발심은 SNS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홈페이지의 ‘댕기머리 아시아인’ 사진은 중국 네티즌의 반미 정서를 키우는 자극제가 되고 말았다. 엑스와 웨이보에서 “신형 아이폰 15를 사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불매를 팔로어들에게 요구하는 중국 회원들의 의견이 퍼지고 있다.

애플 고객센터는 중국 관영매체 관찰자망에 “의견을 접수했고,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이후의 반응을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