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첫미국여행] #2 달라스 구경(아이폰 직구 픽업, 하트 에이트BBQ)

미국에 도착한 첫날, 처음 대면한 두 커플은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었다. 그리고 둘째 날. 시차 때문에 제대로 못 잘 줄 알았는데 졸음을 참고 참다가 잠들어서 그런지 숙면을 취하고 오전엔 남편과 동네 산책을 갔다.

여유로운 대지 위에 듬성듬성 놓인 집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마을'이란 단어가 오랜만에 실감 났다. 내 집 안과 밖을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듬고 돌보는 모습. 모두 다 똑같이 생긴 네모난 아파트만 보다가 하나하나 모두 다른 모양의 집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여행 온 기분이 물씬 들었다. 우리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가끔은 거대한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도 들긴 했지만 ㅎㅎ

미국인 거 티 내려고 일부러 성조기 보이게 ㅎㅎ

이건 우리나라만 있는 게임이 아니었구나

이 여행을 하면서 남편은 특히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나는 줄곧 주택에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관리하기 어렵지 않을까 얘기하던 남편이지만 막상 주택 생활 며칠 해보니 층간 소음 없고 뒷마당(그리고 수영장 ㅎㅎ)의 매력에 빠진 거 같았다. 물론 한국에서 이 정도 규모와 시설의 주택을 가지려면 도시를 벗어나 전원주택 타운 같은 곳으로 가야겠지만, 몇 년째 위층의 층간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지라 다른 집과 맞닿지 않은 우리만의 공간에 대한 관심이 좀 생긴 거 같아서 나에겐 꽤 반가운 일:)

한국처럼 집 나서면 골목골목 편의점이나 카페가 있진 않아서 큰 길가 상점가에 구글 평점 높은 도넛집이 있길래 거기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우리가 열두시 조금 넘어서 갔었는데 이미 도넛은 거의 다 팔렸고 장사 마무리 분위기였는데, 사장님이 한국 분이셨다! 그래도 20분 여분 걸어 나와서 허기가 져 나중에 언니에게 들으니 미국에선 도넛을 아침으로 많이 먹어서 영업을 일찍 시작하고 일찍 마무리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 이민자분들이 도넛집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오후에는 꼬마들은 잠시 보모님에게 맡기고 어른 넷이서 드라이브 겸 저녁까지 먹고 오기로 했다.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언니가 텍사스 하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봤었는데 내가 요청한 건 딱 2개. 새로 주문한 아이폰 픽업을 하러 쇼핑몰에 가야 하는 거랑 텍사스 바베큐 맛집!

미국 애플샵 아이폰 픽업

Apple Galleria Dallas

13350 Dallas Pkwy, Dallas, TX 75240 미국

아이폰SE를 오래 쓰고 있는데 배터리랑 액정 상태가 안 좋아서 SE3을 기다리던 중 미니 모델이 13미니에서 끝이라는 소식을 듣고 미국에 가는 김에 받아오기로 했다. 원래 아이폰은 카메라 무음 때문에 계속 미국 직구로 쓰고 있는데 이때가 원 달러 환율이 어마 무시하게 높을 때라 잠깐 고민했지만, 그래도 직접 픽업하는 거니까 배송료는 덜 든다 싶어서 ㅎㅎ

형부 차 타고 일단 예약해둔 업타운의 갤러리아 애플샵으로 향했다. 미국 차들은 선팅을 우리나라처럼 진하게 하지 않아서 차 안이 잘 보여서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근데 형부가 농담처럼 지금 이 주변 차량들은 대부분 차에 총 한 자루씩 다 가지고 있을 거라고... ㅎㅎ 텍사스는 미국 내에서도 총기 보유에 대한 규제가 가장 적은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충격적인 교내 총격 난사 사건도 자주 일어나고, 언니 부부도 아이들을 키우며 살 때 이 부분이 제일 고민이라고 했다.

갤러리아몰은 약간 오래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아이스링크도 있어서 어쩐지 잠실을 떠올리게 했다 ㅎㅎ 어렵지 않게 애플샵을 찾아 직원에게 예약 내역을 보여줬더니 금방 내 이름 스티커가 붙은 새 아이폰을 가져다주었다.

이때도 긴장해서 남겨둔 사진이 없는데 언니가 밖에서 한 장 찍어줌

사실 이때 박스 열어서 체크도 안 하고 그냥 왔는데 저녁에 언니네 돌아와서 열어보니 전원 버튼 아래 작은 센서 같은 게 있었다. 처음엔 여기가 유심 넣는 곳인 줄 알았는데 스티커를 떼는 건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에서 13미니 사진 찾아봤을 땐 이런 흠?이 없었는데 혹시 금형이 잘못된 게 아닐까 엄청 걱정하고, 불량이라 반품을 해야 하나 등등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미국 버전에 있는 5G 울트라용 센서라고 남편이 검색 끝에 찾아줬다. 휴... 나의 설레발이란...

왼쪽이 미국 버전, 오른쪽이 한국 버전 아이폰이다. (출처 : 애플 공식 홈페이지)

원래 해외에서 구입한 아이폰은 실사용 목적이라면 한국 입국 시 자진 신고하고 부가세 10%를 지불해야 한다. (관세는 실사용 목적 1대에 대해서는 면제) 납부해야 할 부가세 계산은 [(핸드폰 금액 - 면세 한도)*10%]다. 나는 핸드폰이 729달러였는데, 2022년 9월부터 해외 면세 한도가 800달러로 올라가서! 별도 신고 없이 그냥 입국했다.

쇼핑을 즐기는 편도 아니라 아이폰만 수령하고 바로 쇼핑몰을 빠져나왔다.

원래 언니네 가족은 주말마다 마트 몇 군데 돌면서 일주일 먹을 식료품을 사는 게 루틴이라고 해서, 다운타운의 관광 명소 이런 거 보러 가는 대신 언니 부부 따라다니면서 미국 현지 생활을 견학하겠다고 했다 ㅎㅎ 그래서 언니네 집 루틴 따라서 코리안 타운의 H 마트와 코스트코 투어! 책 제목으로만 알고 있던 H 마트는 가보니 진짜 그냥 한국 마트 같았다. 온갖 한국 식료품, 식자재, 음식, 생활용품이 가득... 후다닥 쇼핑을 마치고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텍사스 바베큐 먹으러 형부 추천 가게로 출발!

자개 교자상에 떡볶이 그릇까지 진짜 없는 게 없는 H 마트

텍사스 달라스 바베큐 맛집 HARD EIGHT BBQ

688 Freeport Pkwy, Coppell, TX 75019 미국

내가 바베큐 얘기를 미리 해놔서 언니랑 형부가 맛집을 주변 지인들에게 알아두었다고 한다. (역시 현지 사는 사람들은 굳이 관광객들 많이 가는 맛집 잘 안 찾아가지 ㅋㅋ) 지점이 몇 개 있었는데 언니가 종종 가는 카페랑 가까운 코펠 쪽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렸는데 눈앞에 있는 건물 굴뚝에서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고 매캐한 장작 타는 냄새가 났다. 오, 바로 여기군!

입구에서 먼저 고기 종류, 사이드(감자, 고구마 등)를 정하면 화로?에서 바로 고기 잘라서 주는데 그걸 가지고 식당 내부로 들어가서 빵, 코울슬로, 소스, 음료 등을 추가로 챙겨서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나는 먼저 들어가서 자리 잡으라고 해서 고기만 고르고 바로 테이블에만 앉아 있어서 내부 구경을 하나도 못하고 신나게 먹다가만 왔네 ㅋㅋㅋ 나는 립보다는 브리스킷이나 풀드 포크처럼 결결이 찢어지는 부드러운 고기가 너무 좋았다.

진짜 맛있었는데 너무 맛없게 찍혔네 ㅋㅋㅋㅋㅋ

구독 중이었던 여행 유튜버 유랑쓰 채널에 최근에 이 가게에 간 영상이 올라와서 반가웠다. 또 먹고 싶다 텍사스 바베큐....

든든하게 바베큐 먹고 나와선 언니가 종종 간다는 근처 카페 GEORGE | COFFEE + PROVISIONS 에서 마무리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벌써 바깥은 어둑어둑하고 오렌지빛 노을로 물들어 있었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사그라드는 노을과 퍼져가는 어둠의 대비가 더 도드라져 보였다.

숙박도 제공해 주는데 언니 부부에게 민폐 덜 끼치고 싶어서 우리끼리 알아서 다녀야겠다 생각했는데 일부러 반나절 시간까지 내줘서 이곳저곳 다녀본 감사한 하루였다. 우리도 우리지만 맨날 애기들이랑 같이 있는 언니 부부에게도 기분 전환이 되었어야 할텐데!:)

462 Houston St, Coppell, TX 75019 미국

예쁜 카페인데 제일 안 예쁜 공간을 찍어둠....외부 좌석도 있어서 혼자 작업하거나 둘셋씩 공부하는 이들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