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아이폰도 'Qi 2' 충전 가능해졌다

아이폰 12 (출처: 애플)

애플은 구형 기기 사용자들을 쉽게 외면하지 않는다. 오래된 기기에도 최신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하드웨어 사양이 부족하지 않다면 신기능도 제공한다. 아이폰의 경우 보통 5~6년 정도 사후 지원을 보장한다. 물론 요즘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사후 보장 기간이 길어졌으나, 애플은 이보다 오래전부터 구형 기기를 챙겼다.

최근 애플이 조용히 구형 아이폰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바로 Qi(치) 2 무선 충전이다.

아이폰 12 시리즈, Qi 2 무선 충전 가능

3월 29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맥월드(MacWorld)는 애플이 iOS 17.4 버전에 아이폰 12 시리즈 Qi 2 무선 충전을 추가한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iOS 17.4는 이달 초 배포됐으며, 현재 최신 버전은 iOS 17.4.1이다. 매체는 운영체제 업데이트 이후 직접 테스트를 진행했고, 아이폰 12 시리즈에서도 Qi 2 충전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출처: 애플)

Qi 2는 무선 충전 기술을 관장하는 무선전력컨소시엄(WPC)에서 발표한 최신 규격이다. 기술 자체는 지난해 공개됐지만, 이제 막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Qi 2를 사용하려면 이를 지원하는 기기와 충전기가 필요하다. 지원 기기는 지난해 출시됐지만, 충전기는 부족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Qi 2 규격을 따른 충전기 제품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애플은 아이폰 15 시리즈에 처음으로 Qi 2규격을 적용했다. 이후 지난해 말 제공한 iOS 17.2 버전에서 아이폰 13·14 시리즈 Qi 2 지원을 추가했다. 당시 아이폰 12 시리즈가 빠진 것을 두고 말이 많았다. 아이폰 12 시리즈는 iOS 17.2 업데이트 배포 시기를 기준으로 출시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아이폰 15 (출처: 애플)

조금 늦었지만 아이폰 12 시리즈도 Qi 2 충전이 가능해지면서, 구형 기기를 챙기는 애플의 기조가 변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

Qi 2 충전이 뭐길래

Qi 규격은 전자기유도로 작동한다. 전자기유도란, 도체 주변 자기장이 변할 때 유도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안에는 금속 코일이 들어있다. 이곳에 교류 전류를 흘려보내면, 변화하는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스마트폰도 금속 코일을 탑재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올리면 코일에 유도 전류가 생기고, 이를 통해 배터리가 충전된다.

(출처: Ifixit)

단 충전기와 스마트폰이 올바르게 정렬돼야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열만 심해지고 충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Qi 2 규격은 자성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충전기와 스마트폰에 자석을 넣어, 가까이하면 알아서 자리를 잡는다. WPC는 자성을 이용한 무선 충전에 MPP(Magnetic Power Profile)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전 Qi 규격은 최대 5W 전력을 제공하는 BPP(Base Power Profile), 최대 충전 속도가 15W인 EPP(Extended Power Profile)만 지원한다. MPP는 없다. 참고로 Qi 2 MPP도 최대 충전 속도는 15W다. WPC는 향후 Qi 2 무선 충전 속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Qi 2가 맥세이프보다 좋은 점

벨킨 Qi 2 무선 충전기 (출처: 벨킨)

애플은 아이폰 12 시리즈부터 맥세이프라는 새로운 무선 충전 기술을 적용했다. 언뜻 보면 맥세이프와 Qi 2 충전은 비슷해 보인다. 최대 충전 속도가 15W로 동일하고, 자성으로 기기와 충전기를 정렬한다. WPC에 따르면 Qi 2의 MPP 프로파일은 애플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용도에 큰 차이가 없지만, 사용자 입장에선 다르다. 애플 기기는 애플 MFM 라이선스를 받은 맥세이프 충전기를 써야 최대 속도로 충전할 수 있다. MFM 인증이 없는 제품은 충전 속도가 7.5W로 반토막난다. MFM 인증은 충전기 제조사에서 받아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MFM 맥세이프 충전기는 가격대가 높다.

(출처: 애플)

이와 달리 Qi 2 충전기는 MFM 인증이 필요 없다. Qi 2 인증·호환 무선 충전기라면 어떤 것을 사용하더라도 최대 15W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 효율을 우려해 충전기에 거금을 들일 필요가 없는 셈이다. 현재 판매 중인 Qi 2 충전기 대부분 MFM 충전기 보다 저렴하다. 애플 라이선스 인증이 필요 없다면, 굳이 맥세이프 충전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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