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아이폰14 中반도체 탑재설에 "애플 불장난 말라" 경고

중국 상하이에 있는 애플 매장

애플이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YMTC(양쯔메모리·중국 상하이에 있는 애플 매장長江存儲)와 거래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경계해온 미국이 의회를 중심으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11일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 14에 YMTC에서 생산한 낸드플래시 메모리칩을 탑재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미국 의원들이 애플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미국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애플이 불장난하고 있다"며 "만약 애플이 더 진전시킨다면 연방정부로부터 전례 없는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에 기대어 영업하는 중국 회사가 미국 통신망과 미국인 수백만명의 아이폰에 들어오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중국 당국과 연계된 국유기업 YMTC가 통신에 접근하면 나중에 중국 정부의 지령에 따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주장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예전에도 세계적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이나 동맹국 기간시설에 장비를 공급하면 백도어(인가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기술적 허점)를 만들어뒀다가 중국 정부에 필요할 때 개인정보나 기밀을 빼돌릴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YMTC는 미국 상무부의 수출규제를 받는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대변하는 업체인 YMTC를 겨냥한 미국 의회의 견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데다가 초당적이기도 하다.

루비오 의원,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마크 워너(민주·버지니아) 상원의원, 존 코닌(공화·텍사스) 상원의원 등은 올해 7월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규제를 촉구했다.

이들은 당시 서한에서 중국 반도체 업체가 국가안보에 점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YMTC를 수출규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리라고 요청했다.

상무부의 수출규제 대상이 되면 미국인,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게 돼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구하지 못하고 핵심 기술도 이전받지 못한다.

마이클 매콜(텍사스)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도 이날 애플의 중국 반도체 수입설을 경계하고 나섰다.

매콜 의원은 "YMTC는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과 폭넓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플이 (YMTC와 거래한다면) 사실상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해 YMTC의 역량을 키우고 중국 공산당이 국가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은 어떠한 제품에도 YMTC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다.

다만 애플은 YMTC로부터 중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아이폰에 탑재될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중국과 관계 축소를 모색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중국과 떼기 어려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이 일부 생산지를 인도와 베트남 등지로 확대해 중국 의존도를 줄였지만, 중국 직원과 공급업체가 신규 아이폰 디자인에서 점차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미래의 경제성장을 주도할 각종 첨단산업을 두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안보전문가들은 미국이 모든 첨단산업의 필수인 반도체의 공급망을 틀어쥐는 방식으로 반도체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딘 중국의 첨단산업 성장을 억제하는 전략을 편다고 입을 모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자국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반도체 산업육성법'에 서명하자 중국은 자국을 표적으로 삼아 배제하는 불공정 경쟁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