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테크] 정말 '짝수 아이폰'이 더 좋을까?
아이폰 15 (출처 : Independent)
애플 아이폰 ‘홀수의 저주’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아이폰 모델명에 포함된 숫자가 홀수면 저조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면서 생겨난 말인데요. 이 때문인지 아이폰은 짝수 버전을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더라고요. 정말로 짝수 아이폰이 더 좋은 걸까요?
아이폰 ‘S’가 좋던 시절
아이폰3GS (출처: 애플)
짝수 아이폰이 좋은지를 따지기 전, 아이폰의 명명법을 먼저 알아보도록 해요. 현재 애플 아이폰 이름은 아이폰 11, 아이폰 12처럼 해마다 ‘숫자’로만 구분되고 있는데요.
한때 애플은 아이폰에 ‘S’를 붙여 아이폰의 시리즈를 구분하기도 했어요. 꽤 오랜 시간 동안 일부 아이폰 이름에 ‘S’가 붙었죠. 2007년 처음 출시된 첫 아이폰 1세대 다음해 출시된 아이폰은 ‘아이폰 3G’였는데요. 후속 모델은 ‘S’가 붙은 ‘아이폰 3GS’라는 이름으로 이듬해 2009년 출시됐죠. ‘S’는 속도(Speed)를 의미했어요.
두 기기에 외관상 큰 디자인 차이는 없었지만, 아이폰 3GS가 확실히 전작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했어요. 이후로도 일반적으로 ‘S’가 붙은 모델이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제공하곤 했죠. 즉 이름에 ‘S’가 포함된 아이폰 모델에는 기능이 추가 또는 개선되면서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했어요.
아이폰 3G(좌측)와 아이폰 3GS(우측) (출처: 애플)
이런 이유로 사용자 사이에서 'S'가 붙은 아이폰의 완성도가 높다는 이미지가 자리 잡습니다. 아이폰을 구매할 때 일단 이름부터 따져보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죠.
그러던 중 애플은 2016년 갑작스럽게 전략을 변경했습니다. 이름에 있던 ‘S’는 제거했고, 현재처럼 숫자만 이름에 포함했죠. 그렇게 이름에서 ‘S’는 사라졌지만, 이전 명칭이었다면 아이폰 7S였을 아이폰 8을 완성도 있는 모델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았어요. 이런 이유로 아이폰 짝수 모델이 점차 더 많은 인기를 끌기 시작했죠.
아이폰 짝수 모델이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은 더 있었습니다. 애플이 짝수 숫자를 포함한 아이폰 모델마다 큰 디자인 변화를 적용했기 때문이었어요.
전 세계 가장 많이 판매된 아이폰 6 (출처: 애플)
이런 이유로 아이폰 짝수 모델을 찾는 소비자가 늘기 시작한 것이었죠. 그중 아이폰 6은 역대 아이폰 중 가장 호평을 받았는데요. 아이폰 6은 아이폰 5S의 후속작으로 전작처럼 각진 디자인 대신 둥글게 처리한 모서리 면과 전⋅후면 모두 라운딩 처리된 알루미늄이 사용됐어요. 이에 열광한 소비자가 많았고, 올해 1월 누적 통계에 따르면 아이폰 6은 전 세계 무려 2억 2240만대가 판매됐다고 하죠. 역대 아이폰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현재까지도 가장 성공한 아이폰하면 ‘아이폰 6’이라는 이름이 나올 정도죠.
아이폰 8 (출처: 애플)
아이폰 8의 경우 뒷면이 알루미늄 아닌 강화 유리로 변경된 디자인으로, 아이폰 텐(X)은 지문 인식을 했던 홈 버튼을 없앤 디자인으로 사랑받았고요. 아이폰 12의 경우 몇년 간 이어왔던 곡면 처리된 테두리를 버리고, 각진 디자인을 적용해서 화제가 됐었죠.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0월 출시된 아이폰12는 역대 아이폰 중 가장 빠른 속도로 1억대 판매를 돌파했다고 해요.
아이폰 14 (출처: 애플)
아이폰 14는 이전부터 전면 디스플레이에 유지해왔던 일명 ‘M자 탈모’ 디자인을 버리고 대신 알약 모양 ‘펀치홀’ 디자인을 적용했어요. 홈 화면 상단에서 표시된 알림과 진행 중 활동을 표시하는 다이내믹 아일랜드 기능도 도입되며 더 큰 사랑을 받았죠.
갤럭시도 아이폰과 비슷했습니다. 역대 좋은 평가를 받는 갤럭시 스마트폰 이름에는 모두 짝수가 들어가 있었죠. 삼성도 애플처럼 홀수보다 짝수 제품에 많은 변화를 꾀했는데요. 최초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던 갤럭시 S6, 최초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갤럭시 S8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예측하기 힘든 초기 모델의 한계
(출처: Intego)
이제 조금은 일반적인 이유에서 생각해볼까요. 짝수 버전이 더 좋다고 하는 이유는 제품 수명 주기와도 관련이 있어요. 제품 수명 주기란 단순하게 생각하면 기업에서 출시되는 제품도 인간의 탄생과 죽음처럼 여러 단계를 거친다는 의미입니다. 즉 기업은 각 제품의 수명을 예측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대응하고, 설계해야만 하죠.
일반적으로 첫 제품을 출시할 때 기업은 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듭니다. 판매량을 참고할 이전 정보가 없을뿐더러 소비자들의 니즈는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죠. 변화와 혁신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소비자도 있겠죠.
이 때문에 첫 번째 모델은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곤 합니다. 2007년 6월 아이폰 1세대도 기기 출시가 출시된 해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어요. 그해 기기 구매자 중 80%는 출시가 몇 달 지난 후인 4분기에 구매했을 정도로 초기 반응은 좋지 못했죠. 지나치게 낮은 선호도로 결국 1세대는 2007년 9월 단종됐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손에 든 아이폰 1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2008년 앱스토어가 출시된 이후 아이폰 모델 판매량은 크게 증가했어요. 이때 앱스토어가 현재의 애플을 만든 터닝포인트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홀수 제품이었던 아이폰 1세대의 판매량은 저조했지만, 이후 짝수 모델에서 증가했고요.
비슷한 사례는 다양한 브랜드의 최초 폴더블폰 제품에서도 볼 수 있어요. 많은 사용자가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폴더블폰이라는 혁신적인 폼팩터에 기대했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스마트폰은 거의 없었죠. 두께도 두툼했고,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힌지 부분은 쉽게 주름 잡히거나 디스플레이가 깨져 버리는 내구성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이로 인해 대부분의 초기 폴더블폰 제품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폴더블폰 최강자로 불리는 삼성 폴드와 플립 (출처: 삼성)
삼성 역시 다른 제품대비 우수한 기술력에 기반한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만들었지만, 디스플레이를 접어야하는 이유에 대한 초기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1세대 폴드의 글로벌 판매량은 50만대에 그쳤다고 하죠. 그러나 삼성은 초기 평가를 토대로 이후 출시되는 제품을 보완해나갔습니다.
그렇게 1세대보다 2세대가, 홀수보다 짝수 버전에서 기기는 더욱 발전했고, 소비자들도 일반적으로 홀수보다 짝수 제품을 선호하게 된 셈입니다. 이후로 아이폰과 갤럭시 모두 홀수보다 짝수 제품을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고요. 홀수 제품은 짝수 제품보다 혁신적이지 않거나, 안정적이지 않다는 편견이 자리 잡아 갔죠.
언제나 존재하는 예외
아이폰 15(좌측)와 아이폰 14(우측) (출처: CNN)
그러나 짝수 모델이 더 좋다는 건 주관적 견해에 불과합니다. 언제든 예외가 존재하기에 짝수가 홀수보다 무조건 단정짓기는 힘들죠.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짝수보다 홀수 모델의 성능을 더 기대하고 중요시하는 사용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요.
이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기기 판매량입니다. 판매량 추이를 볼 때 짝수 아이폰이 홀수 아이폰 판매량보다 뒤처진 경우도 분명 존재했죠. 대표적으로 4개월 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 15는 홀수 모델인데도 전작 아이폰 14의 판매량과 비교했을 때 동기간대비 약 130% 이상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아이폰 15는 홀수이지만, 획기적인 디자인 변화로 전 세계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게는 줄여 가볍고, 내구성은 높인 티타늄으로 아이폰 15는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죠. 아이폰 15 이후 삼성 갤럭시 S24, 샤오미의 샤오미 14 울트라 등 플래그십 모델이 차례로 티타늄을 적용하며 티타늄은 더욱 프리미엄 소재로 각광받기 시작했고요.
갤럭시 S23 (출처: 삼성)
갤럭시도 언제나 짝수 모델이 좋았고, 높은 판매량을 보였던 건 아니에요. 지난해 출시된 홀수 갤럭시 S23은 큰 디자인 변화는 없었지만, 출시 9개월간 누적 판매량이 2506만대로 추정됐는데, 이는 전작 대비 20% 이상 많이 팔렸다고 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갤럭시 S23의 경우 사실 갤럭시 S14에 해당하니 짝수 모델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왜냐하면, 아이폰이 명명법을 한 번 변경했듯이 삼성도 갤럭시 S20부터 기존 명명법을 변경했던바 있었기 때문이죠. 삼성은 갤럭시 S20부터 ‘S’ 뒤 숫자에 출시되는 해를 넣기 시작했어요. 2023년 출시된 갤럭시 S23은 홀수지만, 사실은 갤럭시 S14가 출시될 차례였으니 짝수라고 불러야 맞는다는 해석이에요.
아이폰 16 예상 이미지 (출처: SlowNews)
이렇듯 짝수가 홀수 버전보다 좋다고 말하기에는 다양한 예외가 존재합니다. 예외를 제외하고 논해도 이제는 짝수와 홀수 숫자에 따라 기기 성능을 단정 짓는 구분 자체가 모호해졌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한때는 숫자에 따른 규칙성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제품이 출시될수록 성능은 미묘한 차이를 보일 뿐이고요. 이제 아이폰과 갤럭시는 초기 모델의 한계를 극복해 대부분 안정적인 성능을 자랑하고 있죠. 한쪽에 치우친 견해로 짝수와 홀수 모델을 나누는 ‘홀수의 저주’라는 말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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